글로벌시대의 역설, 중국에 부는 애국 소비 바람 [궈차오 마케팅]

2024. 2. 24. 22:02rich-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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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국 소비 바람, 궈차오가 중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국산 바람'이라는 뜻의 중국 말인 이 말은 중국인들이 중국 기술과 문화를 활용해 만들어진 중국산 제품을 외국산 제품보다 더 많이 사고 즐겨 쓰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옷,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생활가전,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나타나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가장 큰 검색엔진 포털 바이두에서 최근 5년 동안 중국브랜드를 검색하는 양도 45%에서 75%로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일간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은 '궈차오 열풍으로 애국소비가 늘면서 중국에서 중국산 브랜드의 경쟁력이 커진 반면 외국산 브랜드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라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1. 세상에 이런 물건이?

중국 브랜드들은 노골적으로 중국 문화나 역사를 테마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궈차오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 '안타'는 중국 당나라 시대에 활동했던 중국 최고의 시인 이백의 시로 장식한 운동화를 팔았습니다. 1991년 설립된 '안타'는 2009년 한국 브랜드 '필라'를 중국에서 독점적으로 팔 수 있는 판매권을 얻은 후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나이키'라고 불리면서 궈차오 열풍을 일으키는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값은 싼데 성능은 좋고

값이 싸면서 품질도 좋게 만든 중국 브랜드들이 성장하면서 궈차오 열풍에 한몫을 보탰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화장품, 유럽이나 일본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던 6년 전에 비해 지금은 중국인의 피부에 알맞게 개발한 질 좋은 화장품을 파는 '퍼펙트 다이어리'와 '플로라시스' 등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중국의 달 탐사 로켓 발사에 맞춰 우주를 테마로 한 제품을 내놓은 퍼펙트 다이어리가 소속된 회사 '이센'은 최근 2년간 중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의 순위가 50위나 올랐습니다.

 

3. 중국 자부심 뿜뿜

1989년 중국의 기계체조 국가대표였던 리닝이 세운 '리닝'은 값싸고 촌스러운 브랜드로 알려져 있었지만 중국 국가대표팀과 세계 여러 나라의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점차 품질 좋은 브랜드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리닝'선수라는 장르를 따른다"라면서 중국 국가대표의 자부심을 브랜드 정신으로 내세우고, '중국리닝'이라는 글자를 크게 적은 패션 상품들을 인기리에 팔면서 2018년부터 궈차오 열풍을 만들었습니다.

 

4. 미국보다 중국이 최고! 애국 세대

궈차오가 시작된 데엔 중국과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의 영향도 있습니다.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2018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무역갈등이 벌어지면서 궈차오 열풍이 시작됐다'라고 분석합니다.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서 사는 물건에 25%라는 높은 비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했습니다. 자연스레 중국산 수입품을 미국인들이 덜 사는 흐름이 만들어지자 화가 난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똑같이 관세를 높여 맞불 작전을 취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산이 아닌 중국산 물건을 이용하자'라는 흐름이 중국 내에서 생긴 것입니다. 또한 '애국소비'를 이끈 주인공은 바로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중국의 10대와 20대, 지우우 허우(1995~1999년생)와 링링허우(2000~2009년생)입니다. 중국에 대한 믿음과 충성심을 높이는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자연히 중국 기업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개성과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가격이 싸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이른바 '가성비 높은' 제품을 주로 사서 씁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우우허우와 링링허우는 약 2.6억 명으로, 2019년에 이미 전체 궈차오 제품 중 4분의 1이나 사들이는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4. 한국이 애국소비 선배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크게 일어나면서 애국소비 바람이 분 적이 있습니다. 2018년 "일본 기업은 일제 강점기에 강제고 끌고 일하게 했던 당시 조선인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씩 주어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라는 판결을 한국 대법원이 내리자 일본은 2019년부터 한국에 수출을 규제했습니다. 2019년 8월에는 일본과 사이가 좋은 나라들의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일본과의 갈등이 커지자 우리나라에선 '일본 회사의 물건을 쓰지 말자'라면서 불매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른바 '노노재팬'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던 이 캠페인은 일반 회사뿐만 아니라 정부기관까지 번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세계가 가깝게 연결된 시대에 애국소비가 바람직한지는 한 번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한 나라의 정치적인 의도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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